
ⓒ 아하콜렉티브, <Common Fluxus>, 2025, 사진제공: (주)아트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플랫폼엘의 인터뷰 시리즈〈L-INK〉
플랫폼엘과 오랫동안 함께해 온 작가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지속적인 연결을 희망하는 의미를 담은 인터뷰 시리즈 〈L-INK〉 입니다. 플랫폼엘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작가들의 예술적 여정을 조명합니다. 이를 통해, 과거 플랫폼엘에서 전시와 공연,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작가들의 근황을 공유하며, 앞으로도 창작 교류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플랫폼엘과 함께 한 순간을 돌아보고,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또 다시 연결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합니다. 단순한 인터뷰를 넘어, 예술과 공간, 사람을 잇는 대화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2022 PLAP》 최우수 선정작 〈0-phasing-1〉아하콜렉티브 인터뷰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는 2017년부터 다원예술 기획 공모 《플랫폼엘 라이브 아츠 프로그램(Platform-L Live Arts Program, PLAP)》을 통해 탈장르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의 예술을 발굴하고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한 《PLAP》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들이 꾸준히 무대화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은 《2022 PLAP》 최우수 선정작 〈0-phasing-1〉을 선보인 아하콜렉티브입니다. 아하콜렉티브는 전통문화 콘텐츠와 현시대 이슈의 연결점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으로,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발제를 기반으로 주요한 텍스트를 미디어 기반의 서사 방식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아하 콜렉티브의 새롭고 신선한 노력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2022 PLAP 최우수 선정작 〈0-phasing-1〉
▪️기간: 2022.8.10(수) – 8.13(토)
▪️장소: 플랫폼엘 머신룸(B3)
▶ 플랫폼엘 아카이브〈0-phasing-1〉보러가기
2022 PLAP 최우수 선정작 후속작 〈ppp pppp ppppp〉
▪️기간: 2023.9.21(목) – 9.24(일)
▪️장소: 플랫폼엘 플랫폼 라이브(B2)
▶ 플랫폼엘 아카이브〈ppp pppp ppppp〉보러가기
Q1. 2022 PLAP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PLAP은 장르 간의 경계를 전제로 두지 않고, 서로 다른 매체와 감각을 교차시키고 실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기존 저희의 시각예술 작업의 감각과 시간의 경험을 어떻게 복합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저희의 문제의식과 맞아떨어졌습니다. 특히 타악기 연주자와의 협업을 통해 시각 이미지와 사운드, 리듬이 위계 없이 동등한 층위에서 작동하는 작업을 구상할 수 있었던 점이 중요했습니다. 이는 정지된 이미지가 아닌, 시간 속에서 생성되고 변형되는 감각을 다루고자 했던 저희의 관심사를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 아하콜렉티브X아우어퍼커션 <0-phasing-1>, 2022, performing arts (플랫폼엘)
Q2. 아하콜렉티브는 매년 작곡가, 시각예술가, 개발자 등과 협업하는 시스템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분야 간 경계를 넘나들며 재구성하고 새로운 서사로 전이시키고 있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전환’이라는 단어가 아하콜렉티브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PLAP 최우수작 선정 작가님께는 단어 하나를 제시하고, 그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나 의미에 대해 여쭙고 있습니다. 6회로 진행된 2022 PLAP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아하 콜렉티브에게는 여섯 개의 면이 모여 이루는 '육면체(3D)'처럼 공간과 방향을 갖는 형태를 떠올리며 '전환'이라는 단어를 연결지어 질문을 드립니다.
‘전환’이라는 키워드는 아하 콜렉티브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콜렉티브 이름인 AHA는 ‘Artists who Hate Art’의 약어로, 이는 예술을 부정한다기보다 기존에 ‘예술’이라 불려 온 형식과 이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예술’이라는 이름이 지닌 속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재질문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 아하콜렉티브X아우어퍼커션 <0-phasing-1>, 2022, performing arts (플랫폼엘)
이러한 태도는 작업 방식 전반에 드러나는데요.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input과 output의 구조 역시 전환의 연속입니다. 입력과 출력은 고정된 방향을 갖지 않고, 협업자·시스템·관객 사이를 오가며 점차 다각화된 접촉면을 생성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전환은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 협업자 간 감각과 판단이 서로 이동하고 재배치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Q3. 2022 PLAP 최우수작 〈0-phasing-1〉과 후속작 〈ppp pppp ppppp〉는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나요? 두 작품이 공유하는 주제나 구조적 실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 두 작품은 인간 변수에 대한 실험이 서로 다른 상태로 분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0-phasing-1》이 ‘상태의 발생과 전이(轉移)’를 다뤘다면, 《ppp pppp ppppp》는 ‘그 상태가 확산되고 중첩되며 구조가 변이(變異)되는 과정’을 다룹니다. 이 둘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는 과정(state) - 섬세한 주관성’이라는 관점을 내포합니다. 전작에서 ‘0과 1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위상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했다면, 후속작에서는 그 변화가 언어·신호·리듬과 같이 증식되는 상황을 하나의 구조로 확장합니다.
ⓒ 아하콜렉티브X아우어퍼커션 <ppp pppp ppppp>, 2023, performing arts (플랫폼엘)
두 작품에서의 전이와 변이의 과정은 ‘친다, 안 친다’라는 매우 간단한 동작으로 표현되는데요. 그것은 사람의 호흡, 눈빛, 진동 등 숱한 변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퍼커셔니스트들 간의 호흡, 메타휴먼과 메시지, 키네틱 구조물 간의 관계와 같은 작품의 요소들 간의 직관적인 조응은 ‘인간 변수’의 핵심 작동 방식을 설명합니다. 인간의 호흡으로부터 출발한 섬세한 주관성이 외부 세계와 만나는 접촉면들을 다각화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사람으로 인한 변동성’이라는 키워드는 최근 작업 주제와도 연관성을 갖습니다.
ⓒ 아하콜렉티브X아우어퍼커션 <ppp pppp ppppp>, 2023, performing arts (플랫폼엘)
Q4. 2022~2023 PLAP 이후 작업 활동이 궁금합니다. 특히, 그 이후의 대표작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PLAP 이후, 개인의 체험과 공간의 조건을 다양한 형식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실을 교차시키던 이전의 탐구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그 흐름을 대표하는 전시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진행한 2023년 전시 《Up-Down Counter》 입니다. 이 전시에서는 주체의 선택이 만들어 내는 경로를 따라 전체 공간이 변화하는 흐름을 다루었고, 다음 해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 《The Visitor》 에서는 시공간의 내·외부를 극적 설계를 통해 구성하고, 다양한 상징물의 개연성을 바탕으로 내러티브를 전개하였습니다. 사회적 이념이나 거대한 서사로서의 세계관을 제시하기보다는, 한 개인이 공간을 통과하며 경험하는 감각의 변화, 관찰자의 위치가 이동하는 과정, 그리고 머무름과 이탈의 순간들에 주목한 것입니다.
ⓒ 아하콜렉티브, <Up-Down Counter>, 2025, 사진제공: 아하콜렉티브
한편, 공간성과 장소성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을 진행한 바 있는데요. 해치마당 미디어아트(2025), 돈의문 페스티벌(2024), 여의도 더 현대 디지털 사이니지 전시(2023), 수원화성 미디어아트(2023), 플루리포텐트 아트스페이스 개관전(2023) 등에서 작품을 하나의 독립된 이미지로 제시하기보다는, 각 장소에 축적된 역사적 시간, 공간의 동선과 시선, 그리고 관객의 일상적 움직임에 주목한 실험적 시도들을 해 왔습니다. 특정 공간이 지닌 맥락과 리듬을 출발점으로 삼아, 미디어가 공간을 점유하기보다 디지털 이미지가 장소의 기억과 현재의 사용 방식, 그리고 동시대적 감각이 겹쳐지는 하나의 장면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아하콜렉티브, <Common Fluxus>, 2025, 사진제공: (주)아트나
Q5. 2025년 〈이상촌(理想村)의 도깨비 디제잉〉 작품을 선보이셨고, 이것을 발전시켜 2026년 5~6월 중 새로운 전시를 구상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전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고, 그리고 앞으로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2025년 선보인 〈이상촌(理想村)의 도깨비 디제잉〉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연대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동시대의 조건 속에서, 우리가 말하는 ‘이상(理想)’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를 실천적으로 탐구한 작업이었습니다. 이 전시에서 ‘이상촌’은 갈등이 제거된 완전한 유토피아라기보다, 예측 불가능한 과정 속에서 계속해서 구성되고 조정되는 잠재적 상태에 가깝습니다. 공동체는 단일한 합의나 제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차이를 인내하고 조율하는 ‘지속적인 협상’의 과정 속에서만 유지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 아하콜렉티브, <이상촌의 도깨비 디제잉>, 2025, 사진제공: 허유
특히 시간에 대한 접근 방식이 중요한 축이었습니다. 필요에 따라 AI 툴을 활용해 과거의 경험을 학습하고, 현재의 감각을 세밀하게 측정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이를 여러 트랙을 겹쳐 균형을 찾아가는 디제잉의 믹싱 방식에 비유하였습니다. ‘도깨비의 디제잉’은 완벽한 조화나 완성도를 향한 강박이 아니라,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공동체의 원동력을 상징합니다. 각자의 다름을 빠르게 스킵해 버리는 시대 속에서, 불일치와 불협화음까지 포함한 상태 그 자체를 하나의 ‘이상적 프로토타입’으로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 아하콜렉티브, <이상촌의 도깨비 디제잉>, 2025, 사진제공: 허유
이러한 문제의식은 2026년 구상 중인 새로운 전시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아하콜렉티브는 그동안 장소성에 축적된 시간의 층위가 만들어 내는 감각을 디지털 환경에서 재구성하며, 과거·현재·미래가 겹쳐지는 지점을 탐색해 왔습니다. 다음 전시에서는 전통을 단순히 ‘계승’하는 주체가 아니라, 의미를 재배열하고 맥락을 이동시키는 context-shifter로서의 태도를 더욱 분명히 드러내고자 합니다. 특정한 정체성이나 상징을 요구하는 시대적 압력에서 한 발 물러나, 평범함이 지닌 감각적 진실성과 느린 진동에 주목하며, 실제와 기록, 데이터와 기억이 뒤섞여 형성되는 합성적 현실을 다시 배열하는 작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결국 향후 전시는 ‘이상’이 완성된 상태로 도달하는 목표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전제로 끊임없이 조정되고 협상되는 과정임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 장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공동체와 시간, 그리고 디지털 환경 속 감각의 재구성이 어떤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실험해 나가고자 합니다.
Q6. 2026년 PLAP 프로그램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다원예술 분야에 여러 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온 플랫폼엘로서 무척 뜻깊은 일인데요, 2022 PLAP 최우수 선정 작가로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PLAP 프로그램은 라이브 아츠가 지닌 시간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전시 공간, 장비, 홍보의 측면에서의 지원이 기획한 내용을 실현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다원예술 분야에서 좋은 작가와 작품이 선보여질 수 있는 대표적 기관으로서의 여정을 함께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